▲ 21일 서울 종로구 한예극장 앞에서 배우 윤석화의 노제가 열리고 있다.연합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시대를 각인시킨 배우 윤석화가 영면에 들었다. 무대와 삶을 분리하지 않았던 그의 마지막 길은, 그가 평생을 바쳤던 대학로에서 조용히 마무리됐다.
21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윤석화의 영결식이 교회 예배 형식으로 엄수됐다. 뇌종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인을 보내는 자리에는 유족과 동료 예술인 70여 명이 참석해 기도와 찬송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조사는 배우이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인 박 바다이야기부활 상원이 맡았다. 그는 "영결식 제목이 '윤석화 권사 천국환송예배'라 연극처럼 느껴진다"며 "어디선가 고인이 등장해 대사를 할 것만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화는 누구보다 불꽃같은 삶을 살았고, 솔직했고, 멋졌다"며 "투병의 기억은 내려놓고 하늘에서 마음껏 뛰어놀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영결식 직후 유족과 동료들은 고인이 생전에 깊은 애 야마토통기계 정을 쏟았던 대학로로 향했다. 오전 9시 30분, 서울 종로구 한예극장 앞에서 노제가 열렸다. 이곳은 윤석화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직접 운영했던 설치극장 정미소가 있던 자리다. 노제는 고인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이사장으로 활동했던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주관했다.
추도사는 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이 낭독했다. 이어 뮤 바다이야기게임장 지컬 배우 최정원을 비롯한 후배들이 윤석화가 무대에서 자주 불러 사랑받았던 '꽃밭에서'를 함께 부르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최정원은 윤석화가 제작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2003)에 출연한 인연이 있다.
윤석화는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이후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백경릴게임 보내는 편지' 등으로 연극계의 대표 배우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등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배우에 머물지 않았다. 직접 연출과 제작에 나서 '토요일 밤의 열기' 등을 무대에 올렸고 제작에 참여한 뮤지컬 '톱 해트'는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을 받았다. 대학 바다이야기프로그램 로 정미소는 실험적 연극의 산실로 평가받았으며 경영난으로 문을 닫기 전까지 '19 그리고 80', '위트' 등 문제작을 꾸준히 소개했다.
윤석화는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네 차례 수상했고 동아연극상·서울연극제 여자연기상·이해랑 연극상 등을 받았다. 2005년 대통령표창, 2009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도 수상했다. 정부는 연극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 중이다.
윤석화는 평생 연극을 향한 열정을 불태웠던 대학로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용인공원 아너스톤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무대 위와 무대 밖의 경계를 허물며 살았던 한 배우의 삶은 그가 남긴 작품과 기억 속에서 계속 호흡하고 있다.